과학이라는 것

엘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Revolutionary Wealth)"를 뒤늦게 읽고 있다. 내 생각과 거의 완전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어 살짝 기분이 나쁘다. -_-

이 글은 창조론이 과학이라고 믿는 사람들에 대한 반론이며, 과학이라는 것의 속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전에 다른 글에 달았던 덧글로, 또는 일기로 몇 번 썼던 주제이고, 어찌보면 식상한 이야기이지만 블로그에도 한 번 써볼까 한다.


과학은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서 축적되어온 지식 체계이다. 어떤 명제가 진리든 아니든 그것은 과학인지 아닌지와는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창조론자들은 이 부분을 혼돈하는 것으로 보인다.

흔히들 말하는 과학의 중요한 특성은 반증 가능성이며, 이것은 과학적 명제가 인정받는 과정에 대한 중요한 힌트를 제공하는 문장이다. 과학은 현상을 관찰하거나 기존 지식 체계에서 연역해낸 가설을 바탕으로 하고, 이 가설을 실험 및 여타 여러 검증을 통해 확정짓고, 이런 검증을 통해 인정된 지식을 다시 체계화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지식들의 체계이다. 이것이 과학적 지식인 것이며, 진실인지 아닌지는 어떤 지식이 과학인지 아닌지와는 본질적으로 무관하다.

아인슈타인 이전까지 물리학자들은 에테르를 찾아 헤맸고, 꽤 오랜 기간동안 유럽의 화학자들은 열을 물질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F=ma같은 간단한 공식조차도, 이제는 엄밀한 의미에서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위의 지식들은 모두 과학적 지식들이었고, 위와같은 지식에 관여된 사람들은 과학사에 이름을 올려 놓고 있다. 반면에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살리실산을 약용으로 활용했으나 그것을 과학적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창조론자들이 "성경이 얼마나 과학적인데"라고 목소리를 높일 때 그들에게 있어서 과학은 진리와 동일한 단어인 것이다. 성경은 옳으므로, 옳다는 것과 동의어인 과학과도 같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들이 "과학적"근거라고 제시하는 것은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진화론에 대한 반론들인데, 이런 반론이 가능하다는 사실이야말로 진화론이 과학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은 과학적 방법론에 의해서 잠정적으로 받아들여진 진실이기에, 당연히 반론이 가능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창조론자들은 외면하는 것 같다.


그리하여, 종이 정말로 창조되었으며, 우주의 나이가 6000년 정도에 불과하고, 아랍족이 이스라엘족의 노예가 되도록 운명지워졌다고 믿는 사람들은 그것을 진실로 믿도록 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러나 그것을 "과학적"인 지식이라고 주장하지는 말아야 한다.

또한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과학을 옹호하는 사람도 충분히 알고 있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적 사실이 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 역시 과학을 옹호하는 사람이야말로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니 그것을 가르치려고 들어서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과학이 지금과 같은 권위를 가지게 된 것은, 인류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거주지에서의 안전을 보장하며, 물질적인 부를 축적하는 데 있어서 지금까지 과학만큼 공헌한 지식체계가 없기 때문인 바, 과학적 지식보다 신학적 지식이 존중받기를 원한다면 신학적 지식이 이에 못지 않은 공헌을 정신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인류에게 하면 되는 것이다. 과학이 아닌 것을 과학이라고 우기는 대신 말이다.


-끗-

by ουτις | 2008/03/30 16:29 | 오늘 내 머릿속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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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김형석 at 2008/04/05 19:05
땡쓰. ^^;
과학에 대한 매우 중요한 사실을 지적한듯.
과학적 방법론과 진리의 무관함.

퍼가고 싶군.
긁어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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