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러브크래프트

러브크래프트 소설의 묘미가 무엇일까에 대해서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답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무지의 공포이고 다른 하나는 우주의 무관심이다. 그런데 그의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무지의 공포는 사라져간다. 내가 가지고 있는 5권으로 구성되 일어 중역본의 경우 3권 정도를 지나가면 이미 그의 세계관에 상당히 익숙해지는 것이다. 결국 끝까지 남는 묘미는 우주의 무관심이 아닌가 생각한다.

헤브라이즘이나 단군 신화의 세계는 인간 중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신이나 하늘이나 우주 자체가 인간의 편에 서 있으며 악은 벌을 받고 선은 보상을 받는다. 불가의 윤회론 역시 인과응보를 논하고 있다.

그런데 러브크래프트의 세계는 그런 것이 아니다. 신은 인간의 편이 아니다. 그렇다고 루시퍼처럼 인간의 반대에 서 있지도 않다. 러브크래프트의 신은 인간에게 무관심하다. 따라서 인간은 우주의 중심이 아닌 것은 물론이요, 심지어 지구의 중심조차 아니다. 그의 소설은 인류의 지구 지배 이전, 인류 이후의 지구 지배 종족, 그가 살았던 시대의 세계를 대체할 탄찬이라는 잔인한 인간 제국에 대하여 거듭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사랑하지도 않고 증오하지도 않는 철저히 무관심한 신, 인간의 정의와 도덕은 물론이요 불의와 배덕마저도 철저히 비웃는 우주야말로,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을 때까지 남는 러브크래프트 소설의 묘미라고 할 것이다. (찰스 덱스터 워드의 사건처럼 약간은 예외적인 소설도 존재하기는 한다.)

그리고 '쿨하게 살자'라는 목표를 한 번도 진지하게 고려해 본 적이 없는 나는 이런 발상이 그렇게까지 끌리지 않고, 사실은 한국의 정서에 잘 맞을 것 같지도 않다. 우리보다 일본에서 러브크래프트를 더 좋아하는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추측한다.





그리고 러브크래프트라는 이름이 성인용품 제조업체에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끗-

by ουτις | 2009/08/27 20:52 | 읽고, 듣고 보고, 생각하다.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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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review 「러브크래프트 전집」 - 공포의 근원
표지의 크툴루 다리는 조소현 작가의 그림입니다. 참고로 매 권 뒤에 일러스트 화보가 동봉되어 있으니 러브크래프트 / 크툴루 신화 팬들은 꼭 주목하시길. ※ 이 리뷰는 총 4권으로 발행될 예정인 황금가지의 「러브크래프트 전집」 중 1권만 읽은 상태에서 리뷰가 이루어졌습니다. 뭐든지 아류나 파생작을 만드는 것은 쉽지만, 근원 자체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 「링」과 「주온」의 히트는 한동안 한국 공포 영화에 사다코와 가야코의 분신들이 떠돌아다니게 만들......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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